2017년 12월 7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제1독서 이사 26,1-6
1 그날 유다 땅에서는 이러한 노래가 불리리라.
“우리에게는 견고한 성읍이 있네. 그분께서 우리를 보호하시려고 성벽과 보루를 세우셨네. 2 신의를 지키는 의로운 겨레가 들어가게 너희는 성문들을 열어라. 3 한결같은 심성을 지닌 그들에게 당신께서 평화를, 평화를 베푸시니, 그들이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4 너희는 길이길이 주님을 신뢰하여라. 주 하느님은 영원한 반석이시다. 5 그분께서는 높은 곳의 주민들을 낮추시고, 높은 도시를 헐어 버리셨으며, 그것을 땅바닥에다 헐어 버리시어 먼지 위로 내던지셨다.
6 발이 그것을 짓밟는다. 빈곤한 이들의 발이, 힘없는 이들의 발길이 그것을 짓밟는다.”
복음 마태 7,21.24-2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1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24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25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26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27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일본의 어느 무인도에 사는 붉은 털 원숭이 가족의 행동양식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섬 연구자들은 해변에 고구마를 놔두고 원숭이를 관찰했습니다.
어린 암컷 원숭이 ‘이모’는 자기 고구마에 붙어있는 모래를 침을 뱉은 후 바다에 고구마를 쑥 넣더니 다른 손으로 고구마를 박박 문지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바닷물로 깨끗이 씻은 고구마의 짭짤한 맛을 즐기며 먹었습니다. 그런데 근처에 다른 어린 원숭이가 있었습니다. 이 원숭이 역시 ‘이모’의 행동을 따라서 고구마를 먹는 것입니다.
이제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암컷과 수컷을 막론하고 나이 많은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바닷물로 씻는 행동 양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어린 원숭이의 행동 하나가 섬 전체 원숭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심지어 이 어린 원숭이의 행동은 부모 원숭이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부모 원숭이도 똑같이 바닷물로 씻어서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자녀가 배우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종종 자신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았다면서 부모를 원망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앞선 원숭이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부모만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역시 부모에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탓만 외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부모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과 노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를 비롯해서 ‘남’ 탓을 참으로 많이 외치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각만이 아닙니다. 변화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실제로 행동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갖춘 사람이 바로 주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말씀하시는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그는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또한 세상의 유혹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말만 하는 모습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진정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내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주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된 나는 물론이고, 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 모두 함께 약속의 나라인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저 사람이 왜 그렇게 싫은지 몰라.” 이 말 안에 정답이 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입니다.
하늘나라
미국에서는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더 마시고 싶을 때에는 잔을 들어 살짝 흔들면 종업원이 와서 채워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 잔을 치워간다고 하네요. 미국 사람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런 일을 경험했다고 화를 낸다면 어떨까요? 잔을 치운 종업원에게 문제 있다고 하는 것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습을 모르는 미국인의 무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까요?
그 나라의 법을 알아야 서로 오해 없이 어울려 살 수 있으며, 그 나라 안에서 나름의 자유로움을 누리며 함께 살 수가 있습니다. 내 마음과 내 뜻에 맞지 않는다고 화 낼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를 떠올리면서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며 살아야 하는 지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법을 알아야 하며, 하느님 나라의 원칙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내 뜻대로 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며 불평불만을 가질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의 가장 큰 원칙인 ‘사랑’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가졌던 부정적인 마음들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늘나라는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서울대교구 문정2동 성당에서 저녁 8시부터 대림 특강을 합니다. 문정2동 성당에 가까이 사시고, 시간되시는 분들은 오세요. 그리고 내일은 서울대교구 도봉동 성당에서 대림 특강이 있습니다.